Bill Evans, 그리고 어느날 밤 by 백미댕

20111010 집앞 건널목

10월 모임 준비로 사람들을 만나 약간은 샛길로 빠져 열띈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던 저녁. 회사일과 개인적인 바깥 일로 바쁘다보니 매일매일 하루가 짧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회사 일은 다시 많아졌지만 이런 생활이 더이상 나쁘지만은 않다. 이젠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적당한 선을 그을 줄도 알게되었고, 나의 라이프를 즐기기위한 시도도 하고 있으니 어느정도 진전은 있었다고 본다. 

회사 일도 개인적인 일도 기분 좋게 잘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집앞 건널목에 서있는데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에서 Bill Evans의 
Emily가 흘러나왔다. 흠.. '산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재즈의 묘미가 이런데 있다. 

나에게 Bill Evans의 음악이 그랬듯 누구 덕에 그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알게된, 알고싶어진 것들이 많아져서 그런 점은 감사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정신 못차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서 정리를 하다보니 그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되었고, 앞으로 하고싶은 것이어서 하고있는 것이지 그때처럼 왜 해야하는지 이해하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계속 억지로 강요당하는거였음 아마 해야한다는걸 알아챘어도 하기 싫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심야 치유 식당 by 백미댕

심야 치유 식당
하지현 지음 / 푸른숲
나의 점수 : ★★★★★

20110917 심야치유식당과 필스너우르켈

난 어릴 때부터 책읽는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고등학생 때까지는 장르 가리지 않고 폭넓게 읽다가 대학교에 들어오면서는 보통 소설. 픽션을 주로 읽었다. 영화도 생각 많이 안하고 그냥 웃을 수 있는 것들로만 골라서 보고. 

일찍부터 시작된 연구실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해야하나. 생각은 연구실에서 이미 머리카락 빠지게 많이하는데 모처럼의 쉬는시간까지 굳이 머리를 쓰고싶지 않았다. 아마도 그러한 패턴이 대학원에 가서도, 회사에 들어와서도 계속됐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의 회사 생활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2011년 초 미국 출장 이후. 원래도 좀 완벽하길 원하는 성격이었는데 출장 이후로 그런게 더 심해졌다. 덕분에 스스로(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해두자) 만들어놓은 족쇄같은 은근한 압박감 때문에 업무 관련된 책이나 주제가 굉장히 딱딱한 책들만 들고있게 되었고, 예전같이 생각없이 멍하니 실소를 흘리면서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나 소설같은 것들은 들고있어봤자 눈에도 안들어오는 현상이 생겼다.

사실 아직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온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의도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 중이고, 스트레스도 되도록이면 받지 않으려고 스트레스 지수를 관리하는 중이며,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 와중에 찾게된 여러 권의 심리학 책이 있었는데 그 중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라는 부제가 정말 마음에 와닿아서 골라든 이 책을 한 삼일만에 읽은 것 같다.

“회사 다니기 싫어.”라는 말을 하면 부모님께서는 “남의 돈 먹기가 그렇게 쉬운줄 알았냐.”는 이야기와 함께 “엄마는 너만할 때….”라는 말로 더이상 대화가 이어질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부모님 세대에는 괜찮았던 회사생활이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힘든 이유가 뭘까?

과거에는 지금보다 산업화가 덜 되었고..라는 말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20년 전과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부모님 세대가 20대였을 때와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20대가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너무나도 다른 것들로 가득 차있다. 언제나 말하는 바이지만, “너가 처한 상황을 나도 겪어봐서 알아.”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혀 위안을 줄 수 없다. 그저 ‘니가 처한 상황에 대해 나도 막연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겠어..’ 하는 정도겠지 살아온 환경, 가치관 등이 다른 두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 대해 경험까지 공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너무나도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을 위해 적절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감성을 눌러 표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성으로만 판단하려고 한다거나,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 것마냥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계속 달려가서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거나,
앞만 보고 계속 달려오다가 어느 순간 ‘어?’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아서 그저 허탈하다거나,
본래의 나의 모습은 A인데, 나의 부족한 부분인 B를 채우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에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 되어서 만사가 짜증나는 모양새이거나...

사실 이런 모든 모습들이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심리학 책을 읽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딱 하나다.
내 스스로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나의 감정 관리를 위해서 읽은 책이었고, 어느정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만족.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by 백미댕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현빈이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소개됐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니 아마도 출장지에서 개봉을 했던 것 같다.
주인공이 누구 때문이어서도 아니었고, 멜로물을 좋아하는건 더더욱 아니지만 이건 왠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돌아가는 100분 남짓한 시간동안 너무나도 조용했고 부부로 나오는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말도 오가지 않는다. 
너무나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그것을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남편. 그리고 마음이 아플게 분명한데도 속내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 남편...

프레인 여준영 대표님이 쓰셨던 글이 생각난다. 이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 (goo.gl/P79kP)


글쎄, 이 영화를 그 때 봤으면 어땠을까.
보고난 지금은 가슴이 먹먹하다..




안녕, 2011년 나의 봄 by 백미댕


March, 2011 @ NJ



어느 덧 유월의 첫날. 비가 내린다.
어쩌다보니 12시가 넘어서 퇴근을 했고,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도로에는 가로등이 제대로 켜지지 않아 길이 많이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차도 많지 않아서 한산했던 외곽도로. 개인적으로 늦은 퇴근 시간에 다리 건너면서 반짝거리는 불빛 보는걸 되게 좋아했는데, 가리봉으로 회사다니면서 다리 건널 일이 없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한강 다리 야경을 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졌다는게 참 아쉬울 따름.

세달에 걸쳐 출장을 다녀왔다.
추운 겨울에 가서 봄이 다 지나고 왔더니 내가 좋아했던 빨간코트는 입을 수 없는 계절이 와있었고, 올해의 봄은 꽃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처음 간 그곳에선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건 내가 살면서 한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과 그로 인해 얻어진 결과인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참 좋았던 2011년 나의 봄.
아마도 달콤하고도 쌉싸름했던 시간으로 기억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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